박소웅 경남언론포럼/고문
박소웅 경남언론포럼/고문

지금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무거운 가면을 쓰고 호의호식하지만 언젠가는 역사의 반역으로 나타 날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110페이지짜리 책 한권 때문에 온 국민이 환성을 지르고 있다. “왜 살비니(M.Salvini)는 신뢰, 존경, 찬사를 받을 만한가.”란 제목으로 110페이지 책이 현재 한권에 6.99유로(약9,300원)에 신나게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책을 소개하고 있는 서점에서는 <수년간 조사에도 불구하고 연구 주제에 대한 것을 아무것도 찾을 수 없으니 그냥 노트로 사용하라.>고 권고 하고 있다.

문제의 책은 마치 노트처럼 검은 줄만 쳐져있고 내용은 하나도 없이 ‘백지’로만 묶여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 책을 불티나게 사가고 있어 벌써 120판을 찍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당초 2019년 2월에 출판되었으나 그때는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하다가 ‘살비니’라는 부총리겸 내무부장관이 18개월 동안 정치를 하면서 국민들에게 군림하고 엉뚱한 정책을 펴는 바람에 국민들이 적과동지로 나뉘어서 싸우자 이런 백지상태로 된 책을 사면서 야유(揶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에 나오는 서평(書評)을 보면 “첫 페이지부터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분석의 길이와 정확성이 뛰어나다.” 라고 하거나 “살비니가 이끌고 있는 동맹당을 이해 할 수 있는 알찬 내용이 있어 주변에 권장 할만하다”라고 익살과 조롱으로 평가하고 있다. 얼마나 국민을 괴롭혔으면 책을 백지 상태로 발간하고 그 책속에다 써넣을 내용을 국민 스스로가 정해서 쓰도록 했겠는가.

47세인 이탈리아 동맹당 당수인 살비니는 강력한 난민박해 정책을 펴면서 상대방을 철저히 무시한 채 자기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복수를 하고 있다.

책 제목에 “살비니 대표를 존경할 만 한가?” 검은색 표지만 있고 110페이지는 모두 백지 상태로 묶어서 팔고 있는 것은 정치권력이 얼마나 국민을 괴롭히고 있으면 이런 빈 책까지 나왔을까 쉽다.

우리나라 형편은 어떤가.

어느 중앙신문 칼럼(2020년 12월5일)에는 “1948년 이후 대통령이 자기 뜻대로 재발로 청와대를 걸어 나오는데 무려 40년이 걸렸다. 살아서 나온 대통령도 있지만 죽어서야 나온 대통령도 있었다. 그 후에도 무사한 퇴임 대통령은 한명도 없다.”라고 쓰면서 현재 국민을 적과 동지로 갈라치기해 놓고 입법, 사법, 행정부에다 자기 심복부하만 잔뜩 심어 놓고 있지만 국민의지지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지자 자기 자신에게는 가을 서릿발 처럼하고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면서 퇴임 후에는 <갑옷>을 입으라고 권하고 있다.

모든 국가 기관에다 자기편, 사람만 욱여넣었다고 자만하지만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무법차량은 반드시 큰 사고를 낸 뒤에야 멈추게 된다는 사실을 이미 역사가 증명한바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일망타진 (一網打盡)해야 직성이 풀리는 정치권의 그 광대한 횡포를 이제 국민 모두가 알게 되었고 <나라가 니꺼냐>는 비아냥도 국민들이 공유 하게 된 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

정치란 타협과 포용을 수용할 때 협치가 이루어지는 법이지만 이런 숙명적 진실을 외면 한 채 지금처럼 패거리 지지층만 보고 간다면 대통령도 퇴임 후에는 “갑옷”대신 “솜옷”을 입게 된다는 사실이 현실로 닥아 올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이탈리아 실비니 동맹당 당수의 처지를 국민들이 조롱하면서 정책을 비판하는 것도 결국 국민편에 서지 못하는 패거리 정치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110페이지 짜리 책을 만들면서 책 제목만 있고 책속에는 검은 줄만 쳐놓고 국민 스스로가 마음대로 욕하고 빈정대라고 했겠는가. 지금 한국은 어떤가.

현재 사법부를 비롯해, 검찰, 감사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체계안에 있는 기관마다 반드시 헌법에 규정된 <심판>이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세력들은 심판이 자기편에 들지 않으면 적폐란 구실을 내세워 가차 없이 쳐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 돼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정치란 반드시 출구전략이 있게 마련인데도 오늘 우리의 현실은 상대방을 없애 버릴 궁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권력자들이 저질러온 온갖 비리와 부패행위를 조금이라도 파해 칠 경우 동학혁명자들 처럼 죽창을 들고 나서야한다고 대중(大衆)을 선동하는 것이 예사다.

지금 이탈리아에 있는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이번에 나온 백지책이 왜 국민들에게 크게 어필하는가를 찾고 있다. 무엇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민의 주권을 무시해온 독재권력의 횡포는 반드시 응징된다는 역사적 진실을 찾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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